프로그래머로서 이렇게 뒤처진 기분은 처음입니다. 프로그래머가 직접 결정하고 구현하는 부분은 점점 더 줄어들고, 손을 댈 구간도 드물어지고 흩어지면서 직업 자체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습니다. 지난 1년 사이에 나온 것들을 제대로 활용하기만 해도 제 생산성은 10배쯤 늘어날 수 있을 텐데, 그러지 못하는 건 결국 제 실력 부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.

게다가 개발자들이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신경 써야 할 추상화 레이어가 ‘더’ 추가됐습니다. 에이전트와 서브에이전트, 프롬프트, 컨텍스트, 메모리, 모드, 권한, 도구, 플러그인, 스킬, 훅, MCP, LSP, 슬래시 커맨드, 워크플로, IDE 통합… 문제는 단순히 구성요소가 많다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. 이 시스템 자체가 확률적입니다. 오류도 나고, 작동 원리도 명확히 설명되지 않으며, 시간이 지나면 계속 변합니다. 그런데 이런 존재들이 ‘정통 엔지니어링’이라고 부르던 영역 한가운데 갑자기 들어왔습니다. 그래서 이제는 이들의 강점과 위험성을 한 번에 묶어서 이해하는 마인드셋이 필요해졌습니다.

모두에게 강력한 외계 도구가 쥐어졌는데 아무에게도 설명서가 없는 상황입니다. 그래서 모두 그걸 어떻게 잡고 조작해야 하는지 각자 알아내고 있고, 그 여파로 업계에는 규모 9짜리 지진이 닥쳤습니다. 뒤처지지 않으려면 움직이는 수밖에 없습니다.